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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플래너../About...

2010년 8월호 기업나라 인터뷰 - 발행:중소기업진흥공단

by 마코토2292 2010. 8. 19.

금남의 벽을 깬 사나이

()신부클럽 이준철 웨딩플래너

강은나래 객원기자 / 김윤해 객원 사진기자




‘결혼은 하늘에서 맺어지고 땅에서 완성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 신성한 의식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 신부를 도와 결혼식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웨딩플래너’다.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는 직업의 특성상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분야. 그러나 서울시 청담동에 위치한 웨딩업체 ()신부클럽에는 ‘웨딩플래너=여자’라는 공식을 깬 대한민국 1% 남성 웨딩플래너가 있다. 웨딩플래너를 천직으로 여기고 회사에서 직원 관리, 웨딩컨설팅, 업체관리, 홈페이지 관리 등 전 방위적인 멀티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이준철 실장이 그 주인공이다


He is 만능해결사
고객, 직원, 제휴 업체가 다 인정하는 일꾼 

 
“어머, 남자분이셨어요?
 
예비 신부와의 첫 전화미팅에서 이준철 실장이 어김없는 듣는 말이다. 웨딩플래너는 여자가 하기에 적당한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 실장도 당연한 반응으로 여기고 친절한 웃음으로 답한다.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인데, 안목 없는 남자 플래너에게 맡겼다가 망치는 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미심쩍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서 블로그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이 실장.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 부케, 허니문리조트 등 웨딩 전반에 대한 꼼꼼한 이해를 담은 자료들과 이 실장의 도움을 받아 결혼식을 마친 수많은 예비부부들의 후기들을 본 고객들은  그제야 안심하고 의뢰를 맡긴다는 것이다.


  처음에 믿고 맡기기가 어렵지 일단 이준철 실장에게 결혼식을 맡긴 고객들은 99.9%가 무척 만족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중 100%가 주변 지인들에게 이 실장을 추천해서 새로운 의뢰인을 데려온다. ()신부클럽의 이은숙 이사는 “고객 분들이 처음에는 놀라시다가도 여자 플래너들보다 더 꼼꼼하게 챙겨주고, 위기 상황에서 행동으로 용기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결혼식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리얼 생방송. 위기 상황에서 발휘되는 플래너의 능력이 곧 그 업체의 이미지다. 결혼식은 하객들에게 베푸는 잔치이기 때문에 “다른 음식은 빼 놓더라도 이 음식만은 꼭 챙겨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이 실장은 업체에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늘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이라 별 문제가 없었는데, 한번은 신부가 꼭 챙겨달라고 부탁한 ‘수삼’ 요리를 출장 요리 업체가 깜빡 빠뜨렸다고 한다. 아뿔싸! 사태를 파악한 이준철 실장은 신랑신부를 바로 피로연장에 데려와 인사를 돌면서 시간을 끌게 한 뒤, 근처 시장에 뛰어가서 직접 수삼을 구해오는 기지를 발휘했다
.    
  
사실 다른 중소 웨딩 업체에서 8년간 이미 웨딩플래너로 일해 온 그는 그 간의 능력을 업계에서 인정받아 올해 1 ()신부클럽으로 스카웃돼 온 케이스다. 회사는 관리 쪽 일을 주로 맡기기 위해 데려왔지만, 8년간의 노하우가 그를 가만히 붙들어 둘리 없었다. 관리 파트뿐만 아니라 웨딩컨설팅, 업체 관리, 홈페이지 관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수비하고 있어 이제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
 
그의 능력이 크게 발휘되는 분야는 바로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 다. 관리 파트에서 특히 대표와 동료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감성적으로 예민한 면이 많은 여성들이 다수인 회사이다 보니 갈등이 생기기 십상인데, 이 실장이 온 이후로는 그런 경우가 부쩍 줄었다고 한다. 직원들과의 면대면 상담을 통해 업무에 대한 고충을 듣고 상부에 가감 없이 전달한다. 또 상부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하기 어려운 사항들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이해를 도우며 잘 전달해 회사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다

 
물론 웨딩플래너로써의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에는 항상 스탠바이 상태다. 예비부부들은 큰일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보니 웨딩 촬영당일이나 결혼식 당일에 다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때마다 이준철 실장은 해결사로 나선다. “화가 나 있는 신랑에게 전화해 ‘저도 남자니까 당연히 신랑 분의 마음 압니다’하면서 다독여주고, ‘남자는 본심은 그렇지 않은데 결혼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이러이러한 행동이 나올 수 있어요’ 하면서 울고 있는 신부를 토닥여주면 갈등이 해결되곤 하죠.
  
 
이 뿐만이 아니다. 스튜디오, 드레스숍, 메이크업숍 등 업체 사람들을 상대할 때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휴 업체 담당자는 대부분 남자인 경우가 많고, ()신부클럽과 같은 중소 웨딩업체 실장은 여자인 경우가 많다. 미팅에서 이준철 실장을 본 제휴 업체 담당자들은 ‘어랏, 남자네?’하며 일단 눈여겨보게 되고, 일에 대해 추진력이 넘치는 그의 성격이 마음이 들어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
 
회사에서는 직원들 간의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로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고객들과 제휴 업체를 대할 때는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일을 성사시키는 이준철 실장은 ‘만능 해결사’로 불릴만 해 보인다.


He is 여자보다 더 꼼꼼한 남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배려하는 성격

지금은 웨딩과 관련된 모든 일에 도가 큰 이준철 실장이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던 것은 아니다. 그의 나이 현재 32. 2004년 군대 선임의 소개로 24살의 어린 나이에 웨딩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고, 커플매니저의 일을 하게 되는 줄로만 알고 작은 이벤트 회사에 입사했었다. 평소에 사람 좋아하는 그로써는 잘 맞겠다 싶어서 택한 길이었다.
 
“교육을 받는데 제가 생각했던 일과는 다르더라고요. 웨딩플래너라는 이름부터 낯설었죠. 그래도 ‘한번 해보자!’라는 적극적인 생각으로 이론적인 교육만 받고 일을 시작했는데 남자로써 이 일을 한다는 게 생각만큼 만만치 않더라고요.

 
웨딩플래너는 회사에 컨설팅을 의뢰한 고객들의 욕구를 1:1로 충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계약에 대한 책임감이 상당하다. 결혼식을 해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나이가 어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웨딩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미리 체크하고 책임지는 게 그에게는 큰 부담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뒤지며 공부하고, 동료들에게 열심히 물어보면서 꼼꼼하게 일을 배웠다. 무엇보다 이 일이 성격에 잘 맞고 어려움이 있어도 배우는 과정이 재밌었기 때문에 천직이라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맡은 첫 의뢰인은 ‘동네 형’이었다고 한다. 첫 커플의 결혼식을 잘 성사시키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웨딩플래너 경력 9년차인 그에게 지금도 어려운 일은 역시 ‘신부’들을 케어해주는 일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야,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신부에게 붙임성 있게 말 거는 일이 힘들었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부터는 신부들이 말 하지 않는 부분까지 알아내서 배려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
 
“눈에 보이는 것들은 제가 다 해드릴 수 있는데, 제가 딱 한 가지 볼 수 없는 게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의 느낌이거든요.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어떻다’라고 말해줄 수는 있어도 피팅 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 안의 상황, 신부님이 불편해하는 예민한 어떤 부분을 제가 알 수 없어요. 많이 듣고 상상해보려고 하지만 답답하죠. 그래서 웨딩드레스 사이즈 맞는 게 있으면 진짜 입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신부들이 직접 말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이준철 실장은 이메일을 적극 활용한다. 이메일을 통해 신부들은 혼수준비로 힘든 부분이나 심리적인 불안감 등을 토로하기도 하고, 신혼여행 첫날밤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물어보기도 한다. 이 실장은 신부들의 이런 마음을 미리 헤아리고 결혼식과 허니문 등 웨딩 절차 전반에 관련해 신부들이 알아두어야 할 부분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서 보내준다. 남자 웨딩플래너가 무심할 것 같다는 편견은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이준철 실장 앞에서는 이렇게 단박에 깨진다.
 
이준철 실장이 입사할 때부터 지켜와 온 이은숙 이사는 “다년간의 노하우가 있어서 그런지 평소에는 그저 편안하고 재밌는 모습이다가도 고객들 관리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세심하고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인다”고 이 실장을 평가했다. 호기심에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에 도전하는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잘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 9년 넘게 한 우물만 파온 이준철 실장은 요새 보기 드문 희귀종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 그만큼의 노하우를 가진 실력자로 사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He is 카리스마 넘치는 실장님
중간자 역할에 충실한 ‘천상’ 플래너

 
이준철 실장이 고객들을 한없이 부드럽게 대한다고 해서 ‘여성스럽다’고 느낀다면 큰 오산이다. 단정하게 세운 머리에 반듯한 미소를 짓는 인상을 보면 마냥 차분해 보이지만, 안경 너머로 날카롭게 빛나는 두 눈에서 가끔 불호령이 떨어질 때도 있다고 한다. 고객을 대하는 조곤조곤 편안한 말투도 직원들 앞에서는 선 굵고 박력 있는 목소리로 변한다.  


 
부드러울 때는 부드럽고, 어려울 때는 어려운 젊은 실장이 회사 플래너들에게 말하는 원칙은 딱 한 가지. “웨딩플래너는 중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을 지키는 것이죠. 고객들과 아무리 친해져도 계약서를 쓰는 순간 사적인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됩니다. 고객을 어려워해야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거든요.
 
웨딩 업체들은 일하는 시기가 정해져있다. 3,4,5월의 봄 시즌과 9,10,11월의 가을 시즌 각각 3개월 동안 의뢰가 주로 들어온다. 보통 플래너들이 성사시키는 웨딩 건수는 시즌 당 20건 정도. 그러나 이준철 실장은 직원 관리와 업체 관리 등 다른 업무들을 하면서도 시즌 당 50여건을 성사시킨다. 국가 대표 탁구선수로 삼성생명에 소속돼 있는 주세혁 선수의 경우 이 실장의 블로그를 접한 신부가 직접 의뢰를 해와 웨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쯤 되면 자신만의 원칙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남들보다 훨씬 많은 업무 효율을 발생시키는 ‘열혈 일꾼’이라는 칭찬이 이해가 간다.   
 
사실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준철 실장에게는 주말이 없다.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결혼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오래된 취미가 있으니 ‘인터넷 클럽 운영’이다. 웨딩플래너 일을 시작한 24, 인터넷 한 사이트에 소모임을 개설했다. ‘의정부 휴먼네트워크’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탄생했지만, 사실은 의정부 지역 솔로들의 모임이었다. 본래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 간의 건전한 관계 맺어주기에 취미가 있는 성격이라 재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회원 수 2,600명의 거대한 커뮤니티가 됐다. 현재는 ‘알뜰하고 행복한 결혼준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결혼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업무의 연장이 돼 버린 감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결혼까지 함께 지켜보게 되는 일이 마냥 즐겁고 설렌다는 그는 ‘천상’ 웨딩플래너다.


He is 예비신랑
내 웨딩 준비하며 ‘더 좋은 플래너’ 다짐

 
우리나라 웨딩 시장은 약 10조 원. 대략 400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통계로 보자면 일주일에 10곳이 생겨나고 또 다른 10곳은 폐업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웨딩 시장에서 웨딩플래너라는 명함을 내밀고 일하는 이준철 실장의 목표는 별게 없다. “먼저는 앞으로 가정을 잘 책임지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가 적어도 내년 말에는 분점을 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일하는 게 더 큰 목표지요.
 
늘 남의 결혼식만 준비하던 이준철 실장은 오는 8월 신부를 맞이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수백 번씩 해온 일인데 본인의 일이 되니 쉽지 않단다. 웨딩 촬영도 영 어색해서 NG를 여러 번 내고야 말았다. “보통 결혼 준비를 하면 신부들만 바쁩니다. 시부들이 발품 팔아서 다 알아보고 열심히 준비하면, 신랑들은 ‘알아서 해’라고 하는 편이죠. 이럴 때 신부들이 서운해서 울기도 하고 속상해서 하소연도 꽤 하는데 제가 이제야 그 심정을 알게 됐어요. 제가 다 알아서 하게 되니까 괜스레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아, 신부님들이 그때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더라고요. 제 결혼식을 다 치르고 나면 신랑 신부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신부클럽은 2004년 기존 사업을 인수해서 오픈한 이래 계속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허니문 여행사와 웨딩홀도 열었고, 제휴업체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상승세에 있는 중소기업에는 팔방미남으로 여러 일을 도맡아하는 이준철 실장 같은 사람이 있어야 업체도 힘을 받게 마련. 인터뷰 마지막에 이은숙 이사는 이 실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가 잘 모여왔죠. 얼마나 일을 잘하시는지 분점을 낸다면 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신부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기 위해 웨딩드레스까지 입어볼 생각을 하는 남자. 드디어 남의 결혼식이 아닌 자신의 결혼식에 서게 되는 남자 웨딩플래너. 그의 플래너 인생뿐만 아니라, 유능한 플래너를 둔 ()신부클럽의 미래에도 곧 더 크고 멋진 행진곡이 울려 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010/08/17 - [웨딩플래너 이준철../About 이준철] - 기업나라 - 다크호스 - 웨딩플래너 이준철